최근 글을 적는 빈도가 뜸했던 이유는
43개월 아이의 퇴행이 왔기 때문이다.
큰 아이에 대한 소개를 간단하게 하자면
평소 기질은 순한 편
덩치가 큰 남자아이라서 에너지는 넘침
상반기 아이라 그런지(4월생)
어린이집 에서도 반장역할을 도맡아 하는 편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말을 잘듣는다고 좋아하는 편
말을 빨리 시작함(18개월때부터는 3-4단어 조합한 정확한 문장으로 대화함)
어휘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발달했고
대화를 해본 사람들은 아이가 애어른 같은 말투를 쓴다고 함
처음 동생의 존재를 큰 아이에게 알린 건
임신 7주차였다.
물론 그 전부터 이미 아이는 무언갈 눈치챘는지
어린이집에선 혹시 어머님 임신하셨어요? 하고 묻곤 했다.
사실 임신의 기간이 꽤나 길기 때문에
너무 미리 말하면 아이가 아가의 출생까지의 기간을 기다리기 힘들어 할 것 같아
배가 어느정도 나오는 중후기 이후에 임신 사실을 알리고 싶었으나
이미 말귀를 다 알아듣는 아이가
나와 신랑의 대화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
하루빨리 임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임밍아웃을 할 계획을 하며
내가 예상했던 아이의 반응은
좋아하거나, 혹은 싫어하거나 둘중 하나였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대뜸 내게 물었다.
아가가 생겨서 엄마는 행복해?
엄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그리고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동생이 생긴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질문에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고 두야..
이떄부터 나는 아이가 내 몸에 과격한 행동을 해서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면
아이 앞에서는 동생에 대한 언급을 먼저 하지 않았다.
가끔 아이가
아가는 언제태어나? 하고 물어보면
매미가 울때쯤? 하고 대답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아이가 매미가 겨울잠을 자고 있을 땅들을 밟지 않기 위해 피해 다닐 생각은 하지 못했다.
급격한 피로감에 힘들어하는 내게
아가가 태어나면 동생은 내가 안고 갈테니 엄마는 혼자서 천천히 걸어와
하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그러지 않아도 돼. 아빠가 안으면 되지. 너는 엄마랑 손 잡고 가자. 하고 말한 뒤에
잠결에 아가 싫어를 외치는 아이를 보며
점점 나는 큰 아이의 불안감을 알게 되었다.
그쯤 부터, 그러니 지금으로 부터 2-3주 전부터
아이의 감정이 넘쳐 행동에 이상이 생기기 시자했다.
아이의 소변 횟수가 늘었고 (깨어있는 동안은 1시간에 한번씩)
잠을 자다가도 소변 실수를 했다. (심한 날은 1-2회)
동생이 생긴 아이에게 흔히 생길수 있는 배변퇴행이라길래
시간이 흐르면 해결해주겠지,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니 말로 설명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아이가 말했다.
쉬 하면 치우면 되지.
아이가 스스로 잠들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깨어있는 상태에 쉬를 한 것을 목격 한 후
아이에게 쉬 왜 했어? 하고 물었더니
아이가 대수롭지 않게 저렇게 말을 했다.
충격이었다.
그동안 내가 좋게 말해서 아이가
쉬 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것일까
그 동안의 내 행동이 아이에게 이불에 쉬하는 것이 당연한 행동이라 느끼게 했을까
그런 생각들 끝에 아이에게 쉬 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쉬를 하게 되면
젖은 옷을 입은 채 잠들어서 감기에 들 수도 있고
젖은 옷과 이불을 갈아주느라 엄마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그 다음날 피곤해서 너와 놀아주기 힘들어.
쉬는 이불에 하는게 아니야
쉬는 변기에 하는거야.
쉬가 마려우면 변기에 가서 싸야만 해.
그러나 너무나 당연히도 한번의 말로 아이가 개선되는 일은 없었다.
저 말을 반복하다가
자꾸만 쉬를 하게 되면 니가 소중해 하는 장난감을 버릴거야. 하고 강하게 말하게 되었다.
처음엔 아이가 소변실수를 하지 않았다
소변이 마려울때마다 깨서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았다.
그런데 몇일이 지난 후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없게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한시간에 한번
하루밤 새 5-6번 정도 소변실수를 하게 되었다.
아이가 저렇게 실수를 하니, 아이 아빠도 나도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리는 시간마다 깨어서 옷과 이불을 갈아입혀주었다
그러다가 가끔 아이가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았을 때
아이는 젖은 옷과 젖은 이불 위에서 자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는 감기에 걸렸다.
동생이 생겨서 온 배변퇴행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치료된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기엔
아이의 건강도, 우리의 건강도 문제가 생길 위기에 처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배변퇴행
나는 이제부터 그 시간을 거슬러 볼 생각이다
삐삐야
너만을 걱정하기도 바쁜 나는
니 걱정을 할 새 없이 몸과 마음이 아프다
하루빨리 이 걱정거리를 없애고
너를 온전히 신경쓸 수 있길 바란다